전시·학술 한향림도자미술관 갤러리 H - 《세라믹 매드 티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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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찾아가는 경기도자비엔날레 - 2026 헤이리 문화가 있는 날 [거점 (B:ase)프로그램 : Art Tour]
《세라믹 매드 티파티》
Ceramic Mad Tea Party
-전시 서문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모자장수가 차려낸 티파티가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까닭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탁'이라는 일상적 공간이 찰나의 순간에 낯설고 환상적인 무대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춘 채 끝나지 않는 그 다과회에서 찻잔과 주전자는 질서를 잃고, 가장 익숙했던 자리는 가장 낯선 풍경이 된다.
식탁은 하루 중 가장 평범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다. 우리는 그곳에서 차를 따르고, 케이크를 나누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그릇과 잔은 대개 조용히 배경으로 머문다. 쓰임에 충실할수록 사물은 눈에 띄지 않고, 장식장 안에 놓일수록 일상에서 멀어진다.
한국도자재단의 《경기도 공예주간: 생생공예》 사업 후원으로 아도르상스, 작은 손 프로젝트가 진행하는 기획전 《세라믹 매드 티파티》는 이 두 극단 사이, 쓰임과 감상이 한 식탁 위에서 만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드는 도자 공예의 유연한 매력을 한향림도자미술관이라는 정제된 공간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다.
빛이 찬란하게 유리를 통해 비치는 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떼면, 관람객의 시선은 중앙을 길게 관통하는 단 하나의 거대한 테이블로 모인다. 10인의 도예 작가가 각자의 세계관을 담아 빚어낸 컵과 티팟, 디저트 접시와 조형 오브제들은 이 길다란 식탁 위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실용과 관조, 기능과 조형이라는 도자의 양면성은 정형화된 구분을 벗어나, 테이블웨어이자 그 자체로 완성된 조형물로서 다가온다. 관람객은 정해진 동선을 따르기보다 초대받은 손님처럼 테이블 주위를 거닐며, 서로 다른 손에서 태어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낯설고도 다정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동시에 전시장의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좌대들은 중앙 테이블의 열기를 조용히 감싸 안는다. 벽면에 밀착된 작품들은 티파티가 가진 몽환적인 궤적을 서정적인 정적 속에서 반추하게 만든다. 조형 도자와 생활 도자의 경계를 허물며 활동하는 10인의 작가들은 불과 흙, 그리고 유약이 만들어낸 스펙트럼을 통해 저마다의 '이상한 나라'를 표현한다.
안형의 '이상한 나라'는 케이크의 형상으로 피어난다. 방치되어 굳은 점토를 다시 불려 크림처럼 짜 올린 표면은 결정 유약과 금채, 진주 장식으로 화려하게 빛나지만, 축하와 나눔을 상징하던 케이크는 작가의 손을 거쳐 관계 속 경계와 고립, 그리고 관계 이후에 남겨진 감정의 잔여를 품은 사물이 된다.
유은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돌봄의 관계를 도자의 구조로 세운다. 그의 컵과 조각들은 혼자 서지 못하고 서로 기대고 관통하며 하나의 형태를 지탱한다. 고정된 완성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그 균형은, 식탁 위의 잔들이 실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놓여 있음을 조용히 환기한다.
조은혜는 바쁜 일상 속 '쉼'의 시간을 동물의 형상에 담는다. 다람쥐 티팟과 도토리 컵, 토끼 디저트볼, 반달곰 술잔은 숲속의 동물들을 실내의 식탁으로 불러들여, 차 한 잔을 따르는 짧은 순간에도 숨 한번 고를 수 있는 여백을 건넨다.
여기에 김윤정, 박은서, 송재후, 이가영, 이승범, 이해인, 최민희의 작업이 더해지며, 테이블은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 상상이 겹쳐지는 하나의 장(場)이 된다. 실용의 그릇과 조형의 오브제는 이곳에서 위계 없이 나란히 놓이고, 무엇이 쓰이기 위한 것이고 무엇이 보기 위한 것인지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공예는 미술관의 유리 장식장 안에 갇혀 있을 때보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고 식탁 위에 놓일 때 비로소 일상과 생생하게 호흡한다.
본 전시가 선사하는 '티파티'는 단순히 시각적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묘한 식탁 앞에서 잠시 멈추어, 매일 손에 쥐는 잔 하나, 접시 하나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단단하지만 따뜻하고, 실용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도자의 미학이 관람객의 일상 속으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감각적 경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 순간 평범한 식탁은 다시 한번 이상한 나라의 무대가 될 것이다.
11월의 서늘한 공기 속, 흙이 건네는 가장 유쾌하고 몽환적인 초대에 당신을 깊이 매료시킬 미친 티파티의 식탁으로 초대한다.
글 / 최효정, 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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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소: 한향림도자미술관 로비층 갤러리 H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37)
전시 기간: 2026.11.04.(수) ~ 2026.11.15.(일)
관람 시간: 10:00~18:00(월, 화 휴관)
참여 작가: 김윤정, 박은서, 송재후, 안 형, 유은혜, 이가영, 이승범, 이해인, 조은혜, 최은희
기획: 최효정, 안형
주관: 아도르상스
후원: (재)한국도자재단
문의 전화: 070-8872-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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